그날 저녁, 나는 바다를 등지고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것부터가 이상한 일이었다. 평생 담배라면 입에 대본 기억조차 없는 사람이었는데, 그날은 웬일인지 손이 머리보다 앞질러 움직여 필터를 물어버렸다. 불을 붙이려 바람을 등지며 반쯤 몸을 트는 그 익숙한 각도까지 손끝이 저 혼자 기억해내는 통에, 오래전부터 나 대신 이 몸을 살아온 누군가의 손을 잠시 빌려 낀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담배를 쥔 제 손을, 나는 남의 것을 들여다보듯 한참이나 내려다보았다. 손등에 언제 생겼는지 모를 얕은 흉터 하나가 희미하게 누워 있었다. 하려던 말을 끝내 삼켜버린 입술처럼, 그런 흉터들이 몸 여기저기 조용히 흩어져 있었다.
바다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파도는 물러설 때마다 젖은 모래를 한 줌씩 슬그머니 데려갔다. 일곱 시의 하늘이 낮도 밤도 아닌 어스름 속에서 천천히 제 빛깔을 잃어가는 동안, 그 시각의 바다는 이미 물이라 부르기 어려운 것이 되어 있었다. 오래 식어 검푸르게 굳은 쇳물처럼, 손을 담그면 살갗째 얼어붙을 듯한 서늘한 광택으로 나직이 일렁였다.
여자를 본 것은 담배가 반쯤 사위었을 무렵이었다. 회색 코트에 신발을 신은 채로, 그 여자는 바다를 향해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물가에 이르면 사람은 으레 발끝을 멈추기 마련인데, 그 여자는 그러지 않았다. 물이 발목을 적시고 무릎을 넘어 끝내 코트 자락째 온몸을 끌어당기는 동안에도, 걸음은 처음의 그 고요한 속도를 조금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검은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마른 등에 이상하리만치 서늘한 위엄이 어려 있었다. 이제 세상 누구도 자신을 붙들지 못하리라는 것을, 오래전에 스스로 알아버린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뒷모습이었다.
구해야 한다고, 나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끝내 다리에까지 닿지 못했다. 힘이 풀린 것도 아니었다. 그 여자와 나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달음질쳐도 좁혀지지 않을 아득함으로 벌어져 있을 뿐이었다. 젖은 모래에 두 발이 못 박힌 채, 나는 이상한 기시감에 붙들렸다. 지금 눈앞의 광경이, 이미 오래전 어느 겨울에 끝나버린 장면을 뒤늦게 되감긴 필름처럼 다시 들여다보는 것만 같았다. 낮고 나직한 속삭임이 귓속 어딘가에서 그렇게 일러주었다.
그 속삭임이라면 오래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것은 늘 한 박자 늦게, 그러면서도 소름 끼치도록 침착하게 찾아와 귓가에 조용히 몸을 눕혔다. 눈앞에서 사람이 물에 잠겨 사라지는 순간에도, 내 심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태연히 뛰었다. 그 태연함이, 그 물기 하나 없는 고요가, 나는 견딜 수 없이 무서웠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119를 누르려던 참이었다. 불 꺼진 검은 액정 위로 얼굴 하나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나는 그 얼굴이 낯설어 그만 손을 멈췄다. 물에 빠져 가라앉는 쪽이 지었어야 할 표정을, 뭍에 멀쩡히 선 쪽이 대신 짓고 있었다. 두 눈은 이미 오래 울어 젖어 있었다. 입은 오래전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삼킨 뒤 다시는 열리지 못한 사람처럼 굳게 다물려 있었다. 액정 속의 얼굴은 도무지 산 사람의 것 같지 않았다. 캄캄한 물속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가 어느 새벽 뭍으로 떠밀려 나온 얼굴처럼, 젖고 창백하고 아득했다.
그때, 아무 이유도 없이 서늘한 생각 하나가 명치를 훑고 지나갔다. 지금 저 캄캄한 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은 저 여자인데, 정작 그 물에서 걸어 나온 쪽은 다름 아닌 나일지도 모른다는. 근거라곤 없이 떠오른 생각이었다. 근거가 없어서, 도리어 더 오래도록 등골이 서늘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회색은 어디에도 없었다. 검게 일렁이는 물결, 그 어느 틈에도. 파도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여전히 무심하게 밀려왔다 밀려갔다. 바다는 삼킨 것을 수면 위에 적어두는 법이 없었다. 무엇을 삼켰는지, 삼키기는 한 것인지, 그 검고 거대한 입은 끝내 아무 말도 돌려주지 않았다.
손끝까지 타들어온 불기운에, 나는 그제야 담배를 젖은 모래에 지그시 눌러 껐다. 필터의 상표가 검은 모래 속으로 반쯤 잠겨 드는 것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어디에도 전화를 걸지 않은 채 조용히 몸을 돌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물가로 단 한 걸음을 떼지 못하던 두 다리가, 어둠을 등지고 도망쳐 오는 길에는 어이없을 만큼 가벼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편의점 형광등이 눈을 찔렀다.
계산대 너머에서 점원이 뭐라 말을 건넸는데, 그 소리는 내 귀에 닿기도 전에 어디쯤에서 흩어져버렸다. 요즘 들어 부쩍 그랬다. 세상의 소리가 나에게 오는 길목마다 젖은 천이 한 겹 드리워 있는 것 같았다. 맥주 네 캔이 묶인 팩을 집어 들었다. 손목에 걸리는 그 무게만이, 여기가 현실이라고 일러주는 유일한 증거였다.
내가 기억하는 삶은 어느 겨울 새벽, 낯선 도시의 쉼터에서 비로소 시작됐다. 그 이전은 온통 젖은 유리 너머의 풍경처럼 흐렸다. 사람들이 나를 인완이라 불렀고, 나는 그 이름에 대답하는 법을 금세 익혔다. 그것이 정말 내 이름인지는 묻지 않았다. 묻는 일이 무서웠으니까.
그렇게 5년을 안개 속에서 떠돌았는데, 이상하게도 몸은 자꾸만 바다 쪽으로 흘러갔다. 내륙에 일이 생겨도,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또 어느 바닷가에 서 있었다. 파도 소리를 들어야 겨우 잠이 들었다. 다른 데서는 좀처럼 오지 않던 잠이었다. 잃어버린 것이 어디에 있는지, 몸이 머리보다 먼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날 밤 텔레비전 자막은 분주했지만, 해변의 사고 소식은 어디에도 없었다. 당연한 노릇이었다. 신고하지 않은 일이 기록에 남을 리 없었다. 자막 아래로 대신 구인 공고가 흘러갔다. 시립병원 행정직, 경력 무관, 상시 모집. 맥주 두 캔째를 비우며 노트북을 열고, 나는 지원 버튼을 눌렀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딘가에 이름 한 줄이라도 걸어두고 싶었던 것 같다. 걸어두지 않으면 오늘 밤 사이에 내가 조용히 지워질 것만 같아서.
지원서의 이름 칸에서, 손이 머리보다 앞서 움직였다. 미처 생각이 따라오기도 전에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박인완. 그 이름을 오래 들여다봤다. 쉼터에서도, 그 뒤 잠깐씩 일하던 데서도 다들 나를 그렇게 불렀고, 나는 그 이름에 대답했다. 다만 그것이 정말 내 것인지는 끝내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 이름으로 태어난 기억이 없었다. 그 이름으로 혼나거나 사랑받은 기억도 없었다. 이름이란 본디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너무 오래 걸쳐 입은 옷처럼, 몸에 맞는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감각마저 이미 닳아버린.
코트 안주머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이 손끝에 잡혔다. 오랫동안 넣고 다녀 부드러워진 종이. 모서리가 닳아 둥글었다. 펼치니 낯선 필체로 이름 하나가 적혀 있었다.
박준호.
내 이름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 종이는 이 주머니에서 오래 살아온 낯빛을 하고 있었다. 내가 적은 걸까, 누가 맡긴 걸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람일까. 아무리 들여다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그 세 글자를 보고 있으면 명치 어딘가가 뜨거워졌다가 이내 식었다. 까닭은 몰랐다. 까닭을 모른 채 명치가 뜨거워지는 일에는, 나는 이제 익숙했다.
탁자 위에는 언제 썼는지 모를 메모가 한 장 더 놓여 있었다. 기억하지 못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은 일과 같다. 손에 익은 글씨였다. 두 장의 종이를 나란히 펼쳐 놓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름이 하나 모자라거나, 아니면 하나 남았다. 맥주는 네 캔이 다 비었다. 창밖 옆 건물 외벽에는 누가 오래전 스프레이로 써놓은 글자가 반쯤 지워진 채 남아 있었는데, 무슨 글자였는지는 끝내 알아보지 못했다. 새벽빛에 잠깐, 그것이 사람 이름처럼 보이기도 했다. 눈을 비비면 다시 아무 뜻 없는 얼룩으로 돌아갔다.
면접 통보는 일주일 뒤에 왔다.
버스로 삼십 분. 창밖 풍경이 점점 회색으로 물들더니, 1970년대의 무게를 콘크리트에 고스란히 묻어둔 건물이 저 멀리서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시립병원. 낡았어도 함부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은, 오래 버텨온 것들 특유의 완고함이 서려 있었다. 정문 화단에는 철 지난 꽃들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소독약 냄새가 올라왔다.
그 냄새가, 문 하나를 열었다.
병실이었다. 누군가 오래 앓아누워 있던 병실. 손을 잡고 싶었으나 끝내 잡지 못한 어느 저녁. 링거 방울이 떨어지던 소리, 창밖으로 저물던 봄볕, 이름 하나. 김영숙. 어머니였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데 그 장면은 어쩐지 내 것 같지가 않았다. 누가 건네준 낡은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다 어느새 내가 겪은 일로 착각하게 된, 남의 기억을 잠시 빌려 든 느낌이었다. 그 냄새 속에서, 내 슬픔이 정말 내 것인지조차 자신이 없었다. 슬픔에도 주인이 있다면, 나는 남의 슬픔을 잠시 맡아 든 사람 같았다. 맡아 든 슬픔은 무겁긴 해도 끝내 내 것일 수 없어서, 내려놓지도 끌어안지도 못했다.
면접관은 셋이었다. 가운데 앉은 중년 남자가 경력란의 빈칸을 한참 들여다보다 물었다. 왜 하필 여기냐고. 병원 일이 쉬운 게 아니라고, 특히 이런 데는 사람들이 오래 못 버틴다고. 그 말투에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 특유의 피로가 배어 있었다.
준비한 답은 없었다. 입이 먼저 움직였다.
“기록이 필요해서요.”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여기엔 카메라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다 저장된다고. …누가 봐주는 데가 있어야, 제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서요.”
말을 뱉고 나서 스스로도 놀랐다. 준비한 답변이 아니었다. 어딘가 깊은 데서 오래 삭고 있다가 그날 처음으로 밖에 나온 말이었다. 왼쪽 면접관이 이상한 사람이네,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오른쪽 여자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가운데 남자만은 웃지 않았다. 나를 조금 더 오래 들여다봤다. 그러더니 서류를 덮고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나오라고 했다. 수습 삼 개월, 창가 쪽 구석, 첫 일은 서류 정리.
진부하고 단순한 일이 오히려 행복처럼 느껴졌다. 날짜와 이름을 옮겨 적는 일. 하루 종일 남의 이름을 만지는 일. 그거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름 하나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남의 이름을 맡긴다는 게 조금 우습기도 했다. 그런데 이름을 잃어본 사람이라야 남의 이름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법인지도 몰랐다.
월요일, 첫 출근날의 복도는 생각보다 좁았다.
형광등 하나가 경련하듯 깜박였는데, 아무도 고칠 마음이 없어 보였다. 과장이라는 사람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내가 앉을 곳을 일러주었다. 창가 쪽 구석이었다. 거기서는 주차장이 내려다보였다. 낮은 담장 너머 아주 멀리, 바다가 은박지처럼 햇빛을 튕겨내고 있었다. 앞에는 서류 더미. 이름, 날짜, 병명, 서명. 정해진 칸에 정해진 것을 옮겨 적는 일. 손끝이 먼저 리듬을 익히고 난 뒤에야 머리가 뒤늦게 따라왔다. 자음과 모음이 줄을 서면 하루가 이상하리만치 짧아졌다. 오랜만에 시간이 흐른다는 감각을 되찾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시간은 흐르지 못하고 한곳에 고여 있었다.
정은을 만난 것은 그날 오후였다. 가슴의 이름표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스물예닐곱쯤 되어 보이는 간호사였는데, 눈 밑에 잠 못 이룬 사람의 그늘이 짙었다. 커피 자판기 앞에서 종이컵 하나를 내밀더니, 대뜸 면접 이야기를 꺼냈다.
“기록이 필요하다고 하셨다면서요.” 그녀가 말했다. “그 얘기, 여기 사람들이 다 해요. 이상한 사람 들어왔다고.”
“이상한 사람 맞아요.”
그녀가 처음으로 웃었다. 피곤이 밴 웃음이었지만 진짜였다.
“근데 저는 그 말이 좀 이해가 됐어요.” 컵을 감싸 쥐며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선 밤이 되면 입 밖에 못 낼 일들이 가끔 생기거든요. 그럴 때 사람들은 모른 척하는 법부터 배워요. 저도 배웠고요. 그래서 가끔 CCTV를 봐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조용히 사라지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라는 걸 알고 나면… 화면이라도 봐야 마음이 놓여요.”
그 말을 오래 곱씹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조용히 사라지는 일. 그게 얼마나 쉬운지 아는 사람이었다. 나 역시 그렇게 사라진 적이 있으니까. 어디서,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여태 몰랐지만.
“3층 서쪽은 가지 마세요.” 정은이 일어서며 덧붙였다.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몇 년 전에 불이 났던 데예요. 지금은 쓰지 않아요. 들어가려거든, 냄새부터 각오하세요. 그을음은 사람 기억보다 오래 벽에 남아요.”
그녀가 복도 저편으로 사라진 뒤에도, 그 말은 오래 남았다. 그을음은 사람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 기억이 짧은 사람이었던 나에게는, 그 말이 나를 두고 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퇴근길, 복도 끝에서 모퉁이를 돌던 참이었다.
회색 코트.
등만 보였다. 심장이 머리보다 먼저 알아듣고 뛰었다. 바닷가에서 봤던,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그 뒷모습.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그 형체는 모퉁이 너머로 스러졌다. 물거품이 된 사람이 소독약 냄새 나는 병원 복도에 있을 리 없다고, 머리는 또박또박 일렀다. 그런데 발은 벌써 그쪽으로 가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자 아무도 없었다. 비상구 표시등만 초록으로 켜져 있었다. 그 아래 계단이 위로, 또 아래로 뻗어 있었다.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 입구에 손으로 쓴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3층 서쪽 병동, 출입금지, 관계자 외.
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주머니 속에서 부드러워진 종이 한 장이 손끝에 닿았다. 박준호. 아직 한 번도 소리 내어 불러본 적 없는 이름. 그 이름을 손끝으로 매만지는 동안, 위층 어디선가 아주 희미하게 탄 냄새가 흘러내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희미하게, 사람 목소리 같은 것도. 낮게, 무엇인가를 반복해서 외는 소리. 이름과 날짜를 차례로 부르는 것 같은. 귀를 기울이면 소리는 사라졌고, 귀를 떼면 다시 실낱처럼 돌아왔다. 기분 탓이라 여겼다. 그날은.
장편소설 『선택』 『물먹은 벽지』 『달의 수로를 걷는 밤』. 프로필·작품 ›
